지난 주 고창에 아로니아 묘목을 사러 갔다와서 집사람과 나는 기분이 좀 나빴다.

폰의 사진으로 보여준 묘목과  차에 실어주는 묘목이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로니아 삽목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집사람과 올해는 2월달에 전정겸 삽목할 삽수를 확보하기로 하고 오늘 아로니아 밭으로 나갔다. 겨우내 바람이 몰아쳐서 덮어놓았던 차광망과 제초매트가 벗겨져서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아로니아 나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멀리 덮어놓은 제초매트가 벗겨진 곳이 보였다.)

 

전정의 1단계로 나무 밑둥치에서 올라오는 빨갛고 작은 어린 순을 자르기로 했다. 이런 것들을 가만히 놓아두어 모두 굵은 가지가 되면  너무 빽빽하여 수확이 힘들어지게 된다. 나무 중간쯤에 옆으로  뻗은 가지에는 열매가 달린다. 열매가 달리는 가지는 가만 놓아두고 열매는 달리지 않지만 삽목성공율이 높은 밑둥치 새순을 자르기로 한 것이다.

( 밑둥치 근처에 빨간색을 띄는 어린 순이 많이 나온다. 이런 것들이 삽목성공률이 높다.)

 

지금 자른 것들은 냉장고에 보관하여 두었다가 2월말부터 3월 초 사이에 잘라서 삽목상자에 꽂아두면 싹이나서 아로니아묘목이 된다. 하필이면 왜 2월18일 오늘 잘랐느냐고 묻는다면 귀엣말로 살짝 알려줄게 있다.

 '여보시오..3월 초에 어영부영하다보면 바빠서 삽수를 못잘라요.. 이제 삽목 좀 해볼까 하고 3월 중순에 가위를 갖다대려고 밭에 나가보면...아뿔사.... 아로니아의 싹이 너무 부풀어 올라서 삽목용으로 쓰기 어려워져요.. 지금 잘라서 냉장고에 넣어 두면  추워서 싹이 트지 않아요.. 그러니 내일 당장 삽목상자에 잘라서 꽂아도 되고 3월 중순에 냉장고에서 꺼내어 잘라도 돼요 .. 그래서 지금 잘라놓는거라요..!' 하고 몰래 알려 줄 것이다. 흠..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지  모르겠당..

(아직은 아로니아 싹이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이런 것은 다루기 좋고 성공율도 높다)

 

 아로니아는 이상하게도 3월달에 급격하게 부풀어 올라버린다. 블루베리나무는 싹이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데 말이다..

 

다 자른 아로니아가지를 모아보니 비닐 봉지에 세봉지나 되었다. 2~3,000개의 묘목은 충분히 생산할 정도의 양이다. 묘목이 생산되면 일부는 팔고 일부는 보식하고 일부는 새로 산 밭에 심을 계획이다. 이웃에서 몇개 달라고 하면 나눠주기도 해야 한다. 시골에 살면 그렇다.

 

 

2미터 20~30센티미터 정도 자란 아로니아 성목... 수확할 때논 가지를 손으로 잡고 휘어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꽃눈이 훨씬 더 많이 왔다. 초봄부터 관리를 잘 하여 아로니아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다.

 

 

 

오늘은 새로 구입한 밭에 심을 아로니아 묘목을 구하러 전라북도 고창군의 아로니아농장으로 향했다.

새로 단장한 88올림픽고속도로는 4차선으로 확장되어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체현상은 전혀 없었고 엑셀을 마음껏 밟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창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4시간으로 예측했던 소요시간이 3시간정도 밖에 안걸렸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물류는 아직 걸음마단계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교통량이 아직은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서 많이 저조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있는 건 금방 채워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허전하던 길들이 10년만 지나면 각종 차들로 꽉 차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드디어 고창의 xx농장에 도착했다.

엄청난 규묘의 아로니아농장이었다.

총 6,000평이라고 했는데 이런 농장이 세군데나 있단다.

모두 2만평이라고 한다.

아로니아농장으로는 꽤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산비탈에 1미터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2만평 조성하는데 3억을 투자했다고 한다.)

 

 

아로니아묘목 1,000주를 사서 영천으로 오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비가 계속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려서 앞이 잘 안보였다.

오늘따라 트럭의 에어콘이 고장나서 전면유리 안쪽에 뿌연 성애가 자꾸 끼었다.

화장지로 닦아 내어도 금방 성애로 덮여버린다.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닐까?'

(문자로 보내온 건 이런 묘목인데  성냥개비같은 것들이 우루루 섞여 있었다. 보여준 것과 다르니 속상했다.)

 

오늘은 좀 실망스럽다.

문자로 보여준 1년생 바이킹 품종은 쓸만했다.

좀 비싼 감이 없지 않았지만 겨우 1,000주 사는데 깎고 자시고 하긴 싫었다.

하지만 갖고 온 묘목은 속은 느낌이다.

보여준 묘목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팔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묘목도 섞여 있었다.

흔히 말하는 속박이의 전형적인 수법처럼 보였다.

 

(올해는 약 50톤 정도의 열매를 생산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판로때문에 고민하는듯 했다.)

 

묘목이 맘에 안들어 안사겠다고 돌아서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200주만 살게요 나머지는 더 생각해볼게요"

이런 말이 입에 맴돌았지만 꾹 참아버렸다.

장성한 아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차에 실어주는데 차마 그런 말이 안나왔다.

실생묘 200주를 덤으로 받았지만  상한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덤으로 주는 것도 반갑지 않았다.

 

맘에 안들지만 잘 키워서 품질좋은 아로니아열매를 생산하면 되지뭘...

이런 생각으로 1,000주 다 싣고 빗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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