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두꺼비가 '면장님'으로 불려진 사연

 

2008년 귀농하고 처음 농사지을 때의 일이다.

막 컨테이너박스를 농장에 들여다 놓고 임시 거쳐로 쓰고 있을 때인 것 같다.

마당에 큰 두꺼비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개구리는 자주 봤어도 두꺼비는 좀처럼 볼 수 없었는데 천천이 기어가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보호본능이 솟구쳐 올랐다.

가만히 기어가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두꺼비가 살아가는데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위풍당당하게 출근하시는 면장님)

그러나 그게 뜻데로 되지 않았다.

1500평의 포도밭에서 포도나무를 모두 캐내고 일부에는 비닐하우스를 짓고

일부에는 블루베리농장을 조성하였다. 그런 과정에 포크레인작업 등으로 밭이 온통 파헤쳐지고 다져지는 등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다.

두꺼비가 엉금엉금 기어가던 모습이 떠올라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발 알아서들 잘 피하고 잘 도망가서 새끼 키우며 오순도순 살아라!'

이게 내 마음이었다.

(출근하시다가 비닐 조각을 발견하시고 비닐을 물어다 버리시는 면장님)

 

닐하우스 200여평에는 블루베리 어린 묘목을 사와서 키우기 시작했다.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플라스틱 파레트를 깔고 그 위에 묘목을 키웠다.

어린 묘목에 병이 생기면 약을 치기도 하는 등 두꺼비가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갔다.

 

2008년 여름이 다가왔다

.(퇴근길 부지런히 걸어가시는 면장님.. 갈길은 먼데 걸음은 항상 여유롭다.)

 

비가 오는 어느날 비닐 하우스 안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개구리보다 월등히 큰 두꺼비가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우리 밭에서만은 멸종했으리라고 생각했던 두꺼비가 눈에 띈 것이다.

반가웠다. 삭막하다고 생각한 여기에 두꺼비가 살아가다니...

묘목을 키우기 위해 비닐하우스 안에는 물을 자주 주었다.

논처럼 항상 물이 마르지 않는데다 파레트의 아랫쪽 공간은 그늘이 만들어지고 축축해서

두꺼비가 살아가는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늘 우리와 함께 살아온 두꺼비들이다.

이제는 첫 해보다 더 자주 더 많은 두꺼비가 눈에 띄인다.

꿈에 두꺼비가 보이면 재수가 좋다는데..

두꺼비가 사는 집에는 복이 들어온다는데...

이런 생각때문에 더 소중하게 다룬다.

두꺼비가 기어가는데 손님이 다가오면 주의를 주어 밟지 않도록 부탁드린다.

 

 

(집에 도착하신 면장님)

 

두꺼비를 관찰하다보면 가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컨테이너숙소 옆의 화장실 출입로 둥근돌 사이에 숨어지내는 두꺼비의 경우

비닐하우스까지 약 12~3미터의 거리를 기어서 출퇴근한다.

재미있는 것은 출근시각과 퇴근시각이 거의 일정하다는 데 있다.

아침 출근시각은 대개 9시전후이고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정도인 것 같다.

거의 공무원 출퇴근시각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두꺼비를 '공무원두꺼비' 혹은 '면장님두꺼비'라고 부르다가

'면장님 두꺼비'로  굳어지는 듯 했으나

결국 '면장님'으로 정해져서 불려지게 되었다.

 

요즘은 추운 겨울이라 면장님께서는 깊은 잠을 주무시고 계신다.

올해도 봄이 오면 그 화려한 나들이를 다시 보게될 것이다.

그 걷는 포스는 여유롭고 당당한 모습으로 보아 대왕이 납시는 듯 하다.

우연인지 몰라도 두꺼비가 보이는 날은 경사스런 일이 생겼다.

지난해 두꺼비 3마리를 본 날이 우연의 일치인지 묘목 주문을 가장 많이 받은 날이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자주 보여서 경사스런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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